2년쯤 전부터 채식을 하게 되면서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관심을 갖게 되니까 도시의 골목에, 자동차의 아래에, 쓰레기더미 주변에 있는 고양이들이 보이더라구요. 이십년 넘게 동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삶을 사는 동안에는 보이지 않던 고양이들이 이제 보일 뿐만 아니라 그 목소리도 잘 들리는 것이 신기하네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려고 베지펫을 샀고 사람눈을 피해 정해놓은 급식소에 부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늘 배고픈 길고양이들이라 그런지 잘 먹네요. 그렇게 베지펫을 주게 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가끔씩 육식사료가 놓여 있는 걸 본 적도 있는데 냄새가 고약하더군요. 베지펫은 육식사료들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아서 바깥에 놓아 두기도 더 좋아요. 고양이를 그냥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료를 부어 둔 것을 보고 유리조각을 뿌리거나 쓰레기를 섞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베지펫이 여러모로 길고양이들에게 먹이기 좋은 사료인 것 같습니다.

사료를 놓아 두러 가면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들도 있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고양이들도 있어요. 사진은 처음에는 조금 찍다가 곧 그만 두어서 별로 찍어 놓은게 없네요. 작년에 찍은 사진 한장 올릴게요. 이 고양이는 원래는 다른 곳에 부어 두는 사료를 먹으러 오는 고양이인데 이 사진을 찍은 날은 평소보다 많이 늦게 갔더니 원래 자기가 먹는 급식소에서 조금 떨어진 다른 급식소까지 나왔더라구요.

한국은 도시나 시골이나 고양이가 살기가 참 힘든 곳임을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면서 점점 더 느끼고 있어요. 사람들의 마음이 팍팍해서 그렇겠죠.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을 캣맘이라고들 많이 부르던데 어떤 분은 길고양이의 친구라고 '길친'이라 부르자고 하시더군요. 저도 캣맘이라는 말보다 길친이라는 말이 더 마음에 들어요. 저도 계속 길고양이들의 친구로 살고 싶네요. 다른 동물들은 도와주지 못하고 그저 채식하고 절약하는 것 밖에는 못하지만 가까이 있는 고양이들에게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돕는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